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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분류
- 인문과학 >인문과학기타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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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자
- 2012.03.29
자아의 정체성은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에 하나이다. 그것이 본격적인 철학적 주제가 된 것은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를 역설한 이후부터이다. 그는 갑작스런 상업문화의 전개와 급진적 민주화 과정에서 혼란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던 아테네 시민에게 자아 인식의 절박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격동의 시대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아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는 고대 아테네의 상황과 구조적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그 수준과 범위가 확대되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다원주의적 문화형태,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 체제, 그리고 대중민주주의적 정치 제도 등이 아테네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적 자아 인식의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가르침은 체계적이고도 심층적으로 분석되고 좀 더 포괄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다.
소크라테스적 자아 인식은 자율성, 합리성 및 도덕성의 측면에서 조명할 수 있다. 이것을 더욱 심화하면 외부 세계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까지 적용되는 이른바 비판적 합리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합리성은 과학기술의 시대를 창출한 과학정신의 요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시대의 혼란을 극복하고 자아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습득뿐만 아니라 과학정신, 그중에서 비판적 합리성의 체득이 필요하다.
현대가 지니고 있는 시대적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고 그것이 급진적으로 전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분단시대라는 과도기적 상황을 겪고 있는 한국인에게는 이것이 더욱 절박한 덕목으로 부각될 것이다. 그렇다면 자아의 구조는 어떠한 형태를 지니며 그 인식의 한계는 무엇인가.
자아는 욕구와 능력과 당위라는 세 변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삼각형이라고 규정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아의 인식은 세 변의 길이를 파악함으로써 삼각형의 형태와 크기를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현대 사회의 특성이 그 인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식하고 그 나로서 존재하려고 노력하는 한 삶의 의미는 구체화되고 소크라테스적 자아의 인식도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