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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분류
- 인문과학 >인문과학기타 >중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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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자
- 2013.10.21
이 강의는 수천년 중국의 왕조의 역사 가운데 한(漢)왕조 더불어 최성기로 여겨지는 당(唐)왕조의 연원과 그 실체, 그리고 그 유산을 밝히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당왕조를 흔히 ‘대당제국(大唐帝國)’으로 지칭되고 있는데 과연 그 이름에 맞는 제국이었던가? 아울러 대당제국은 어떤 경로를 거쳐 성립되었으며, 이후 중국 사회에 어떤 유산을 남겼는가 하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잘 알다시피 당왕조는 중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대당제국은 중국인에게 자부심이다. ‘한당(漢唐)’으로 병칭(並稱)되고 있듯이 한·당은 왕조시대의 두 정점인 동시에 유사한 성격의 제국으로 종래 치부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왕조는 한왕조와 달리 순수한 한족이 세운 왕조가 아니다. 당왕조는 중국고대 문명을 계승했지만, 유목문화를 수용하여 새롭게 창조한 것도 많다. 당왕조가 가지는 최대의 특징은 세계 각처에 온 상이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는(共存-共生) ‘복합문화’ 혹은 ‘다문화’ 사회였다는 점이다.
당왕조는 세계제국(世界帝國)’이라 지칭된다. ‘세계제국’이란 먼저 그 이름에 합당하게 주위를 압도할만한 힘이 동반되어야 하고, 다음으로 세계 각처의 사람들이 모여들게 할 수 있는 매력적·선진적·보편적인 문명이 구비됨을 전제로 한다. 이런 세계제국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러 가지 이질적인 인적 요소를 융합하여 병존할 수 있는 제국인의 의식적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이질적이고 분산적인 이들 힘들을 조절·통어하여 제국의 힘으로 집중·전환시키는 제도가 확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두 전제는 당왕조에서 갑자기 출현·성립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고대문명을 변형시킨 동력의 원천은 바로 유목민족의 중원 진출이라는 대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의 북방 초원지대에 살던 흉노·선비 등 오호(五胡)의 중원 진출은 중국사회에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큰 충격을 주었다. 이들 유목민족의 진입을 ‘오호난화(五胡亂華)’라고 폄하되곤 하였지만, 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의 인민과 강역(疆域)의 구성으로 볼 때, 오히려 ‘오호흥화(五胡興華)’라고 평가하는 편이 더 옳다. 흔히 중국의 역사를 장성을 사이에 둔 남북의 농경민과 유목민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처음으로 중원에 진출한 유목민족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간 시대상의 규명은 유구한 중국사뿐만 아니라 현재의 중국을 이해하는데 긴요한 과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