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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분류
- 인문과학 >언어ㆍ문학 >한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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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학기
- 2014년 1학기
역사공부는 자료에서 시작한다. 자신이 직접 겪지 못한 지나간 일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그 일에 대해 전해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분이 한국사나 세계사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학교 수업시간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에 가능하다. 여러분이 전해들은 그 ‘이야기’가 매우 중요한 자료인 셈이다.
역사학에서 자료를 분류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자료의 형태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문자 발명 이전에 만들어진 유적이나 유물과 같은 선사(prehistoric) 자료, 문자로 기록된 역사(historic) 자료, 기억으로만 전달되는 구술(oral) 자료 등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문자로 남은 자료일지라도 종이에 남긴 문헌자료와 그렇지 않은 비문헌자료(예: 금석문 따위)로 세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역사학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 분류 기준은 해당 사건과 직접 관련되는 정도이며, 그 정도에 따라 1차 자료(primary sources)와 2차 자료(secondary sources)로 나뉜다. 해당 사건과 직접 관련되는 정도가 강할수록 1차 자료이고, 멀수록 2차 자료이다. 그런데 근대 이후 역사학에서는 대체로 역사 연구 논저는 2차 자료로, 그런 연구의 자료가 되는 자료는 1차 자료로 구분한다.
따라서 같은 자료일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1차 자료나 2차 자료로 다르게 분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8세기에 유득공(柳得恭)이 집필한 <발해고>(渤海考)는 발해가 존재하던 당시를 전혀 겪지 않은 유득공이 발해가 망한 지 무려 800여년 후에 쓴 책이므로, 발해의 역사를 연구할 때는 2차 자료로 분류되지만, 유득공의 역사 인식을 연구할 경우에는 매우 결정적인 1차 자료가 된다. 이번 학기에 공부할 자료인 박제가(朴齊家)가 지은 <북학의>(北學議)는 조선후기(18세기) 지성사나 실학 연구에서 반드시 참고해야 할 1차 자료이다.
이런 1차 자료를 주교재로 삼아 그 해독에 치중해 공부하는 것이 이른바 강독수업이다. 이 교과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북학의>에서 몇 가지 논설을 뽑아 원문을 해독함으로써, 그동안 남을 통해 전해 들어 희미하게 알고 있던 박제가의 현실 진단을 보다 구체적으로 직접 느끼고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북학의>를 자료로 삼아 자신만의 짧은 연구 글(논문형태)을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