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는 모든 인간 사회사를 담고 있고, 그 기본적인 구도는 천도天道와 인사人事의 관계에서 비롯하여 모든 역사의 변화와 발전을 밝히고 있으며, 이는 인물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그 근본 취지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백미白眉가 담긴 삶의 지침이라고 생각하기에 위기에 빠진 인문 정신을 되찾는 소중한 방침이 될 수 있다고 확언한다. 과거의 문화유산에 대한 계승과 창조를 추구하고 있으면서도 지구촌 곳곳에서 자행되는 갈등과 투쟁, 그리고 물질 만능으로 대변되는 저급한 담론 속에서 우리의 불안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보면 더욱 그러하다.
고사 성어에는 각 시대를 살다 간 인물들의 삶의 편린이 그대로 녹아 있어, 지금도 우리 삶을 비출 수 있는 거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훈민정음이 창제되기 훨씬 전인 고조선 시대부터 의사 전달의 주요한 매개체로 한자를 사용해 왔으며, 특히 근대 전에는 중국과의 긴밀한 문화적 연대의식이 오늘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을 차지했다고 할 수 있다. 시대의 본질을 통찰하는 날카로운 안목이 담긴 고사 성어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이 강의는 고사 성어의 문화적 맥락과 역사적 의의에 주목하면서 그 현대적 의미 구현이라는 입장에서 진행하게 된다. 고전적 규범이나 형식을 새로운 문화적 콘텍스트에 어울리게 어떻게 재구성할까에 초점을 두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원전 확인과 번역 및 그 원문에 담긴 맥락 이해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또한 고사 성어가 담고 있는 고전의 품격을 오늘의 시각으로 되살리면서 고전과 현대인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는 강의다.